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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성수시화(惺叟詩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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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성수시화(惺叟詩話)

김열경(金悅卿)1)의 높은 절개는 우뚝하니 더할 나위가 없다. 그 시문도 초매하나 마음 쓰지 않고 유희삼아 지었기 때문에 억센 화살의 최후와 같아서 매양 허튼말이 섞이니 장타유(張打油)2)와 같아 싫증이 난다.

그가 세향원(細香院)에 쓴 시에

 

아침 해 돋으려 하니 새벽빛이 갈라지고 / 朝日將暾曙色分

숲 안개 걷힌 곳에 새는 떼를 부르누나 / 林霏開處鳥呼群

먼 봉에 뜬 푸른 빛 창 열고 바라보며 / 遠峯浮翠排窓看

이웃 절 종소리는 언덕 너머에서 듣는다 / 隣寺鍾聲隔巘聞

파랑새는 소식 전하며 약 솥을 엿보고 / 靑鳥信傳窺藥竈

벽도화 떨어져 이끼에 비추이네 / 碧桃花下照苔紋

아마도 신선은 조원각(朝元閣)에 돌아가서 / 定應羽客朝元返

솥 아래 한가로이 소전문을 펴 보리 / 松下閑披小篆文

라 했고,

 

소양정(昭陽亭)에서는

새 저편 하늘 다할 듯한데 / 鳥外天將盡

시름 곁 한()은 끝나질 않네 / 愁邊恨不休

산은 첩첩 북쪽에서 굽어오고 / 山多從北轉

강은 절로 서쪽으로 흐르며 / 江自向西流

기러기 내리는 물가 멀고 / 雁下汀洲遠

배 돌아오는 옛 언덕 그윽하구나 / 舟回古岸幽

언제나 세상의 그물 떨쳐버리고 / 何時抛世網

흥이 나서 이곳에 다시 노닐까 / 乘興此重遊

라 했고,

 

산행(山行)에서는,

아이는 잠자리 잡고 할아비는 울 고치고 / 兒捕蜻蜓翁補籬

작은 개울 봄 물에 가마우지 목욕하네 / 小溪春水浴鸕鶿

푸른 산 끊긴 곳에 돌아갈 길은 머니 / 靑山斷處歸程遠

등나무 한 지팡이 비껴 메고 오누나 / 橫擔烏藤一個枝

라 했는데, 모두 속기를 떨쳐버려 화평(和平)하고 담아(澹雅)하니, 저 섬세하게 다듬는 자들은 응당 앞자리를 양보해야 할 것이다. 

 

 

1) 김열경(金悅卿): 열경은 김시습(金時習)의 자이다.

2) 장타유(張打油): 장타유(張打油)가 만든 타유시(打油詩)는 당대 시의 유형 중 하나로 내용과 시구가 통속·해학적이며 평측과 운율에 구애받지 않았다.

金悅卿 高節卓爾 不可尙已 其詩文俱超邁 以遊戱不用意得之故 强弩之末 每雜蔓語張打油 可猒也. 其題細香院曰 朝日將暾曙色分 林霏開處鳥呼群 遠峯浮翠排窓看 隣寺鍾聲隔巘聞 靑鳥信傳窺藥竈 碧桃花下照苔紋 定應羽客朝元返 松下閑披小篆文 昭陽亭曰 鳥外天將盡 吟邊恨未休 山多從北轉 江自向西流 雁下汀洲遠 舟回古岸幽 何時抛世網 乘興此重遊 山行曰 兒捕蜻蜓翁補籬 小溪春水浴鸕鶿 靑山斷處歸程遠 橫擔烏藤一個枝 俱脫去塵臼 和平澹雅 彼纖靡彫琢者 當讓一頭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