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불교
사이트 내 전체검색

이자현(李資玄), 사정을 진달하는 글[陳情表] , 『동문선』

상세정보

이자현(李資玄), 사정을 진달하는 글[陳情表] , 동문선

신 모는 아뢰나이다금월 모일에 중사(中使) 모가 산에 이르러 전하는 성지(聖旨)를 받으니, 신을 위유(慰諭)하여 경궐(京闕)로 오라 하심과, 겸하여 향과 약을 하사하심이었나이다신은 듣건대, 당우(唐虞) 시대의 요()()의 신하로도 직()() 같은 낭묘(廊廟)의 재목은 임금을 바르게 보필하는 훌륭한 일을 행하였고, 소부(巢父)허유(許由)같이 산림(山林)에서 지조를 지키는 세상을 은둔한 유민(遺民)이 되었사오니, 비록 성명(聖明)의 때를 만난 것은 같았으나 그 숨고 나타난 자취는 완전히 달랐나이다. 옛날에 이미 이와 같았사오니 지금도 또한 그러하여, 숭상하는 바가 같지 않으매 행장(行藏)1)이 또한 다른 지라, 신 모는 진실로 황공하고 진실로 송구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머리를 조아립니다엎드려 생각하건대, 신이 재주가 오직 천졸(淺拙)하고 그릇이 본래 우소(迂疎)하여, 어려서부터 글공부에 게으르고 자라서도 몽매(蒙昧)에 가까웠는데, 어쩌다 높은 과거에 급제하여 비록 나라에 충성하고 집에 효도할 뜻이 있었으나, 일찍이 심한 병에 걸려 힘을 다하여 반열(班列)에 나아갈 마음이 없었으니, 진실로 할 능력이 없어서 그친 줄을 알았음이요, 하지 않고 편안만 취함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시조(市朝)에서 종적을 감추고 드디어 임학(林壑)에 이름을 묻어 나무 열매를 먹고 냇물을 마시는 것으로 간절히 선현(先賢)의 도()를 사모하고, 자수(紫綏)금장(金章)의 영화를 이 세상에 구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 은퇴(隱退)한 뒤로 여러 해가 흘러가는 동안 위자모(魏子牟)2)의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같이 어찌 봉궐(鳳闕)을 잊었겠습니까마는, 중 혜원(慧遠)의 높은 행적을 사모하여 호계(虎溪)3)를 지나지 않았으며, 애써 한가히 살아 애오라지 답답함이 없더니, 이제 성상폐하께서 대보(大寶)를 공손히 이으시고, 대업(大業)을 삼가 지키시어 천심(天心)을 체득(體得)하여 한 분의 경사를 천명(闡明)하시고, 문덕(文德)을 크게 펴서 삼대(三代)의 풍과 같이 하시니, 만 백성 보시기를 상()한 사람 보듯이 하시고, 조그만 선()이라도 채택하여 버림이 없었습니다근자에 특히 중사(中使)를 보내시어 멀리 조그만 산에까지 들어와 침향(沈香)과 유향(乳香)을 하사하고, 운룡(雲龍)의 영약(靈藥)을 주시어, 선유(宣諭)가 관밀(款密)하기 일심(一心)에 감격이 간절하여 선송(禪誦)을 부지런히 정진하여 매양 만수(萬壽)의 축원을 드립니다. 이제 또 이어 윤음(綸音)을 내리시고 다시 향약(香藥)을 나누어 주시니, 위로하여 주시는 은혜가 깊어 더욱 감격과 부끄러움이 더하며, 부르시는 어명이 중하매 따를까 어길까 결정하기 실로 어렵습니다그러나 산과 바다는 비록 높고 깊음을 마다 않고, 만물을 포옹하는 은혜를 보이셔도 티끌과 이슬은 실로 쌓임과 스며듦[]이 작아 아무런 보탬의 능력이 없음을 부끄러워합니다. 하물며 신은 오래 병골을 휴양하는 몸으로 세상일에 익숙하지 못하며, 늙어서도 맹자(孟子)의 부동심(不動心)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소요(逍遙)히 놂에 아직도 장생(莊生)의 무하유 향(無何有鄕)에 들어가지 못하였으며, 독선(獨善)의 이름도 아직 부족하거니 어찌 천하를 겸제(兼濟)할 능력이 있으리이까. 외로운 분수를 스스로 헤아려 유서(幽棲)의 생활에 만족하려 하니, 엎드려 바라건대, 성상폐하께서는 신의 미성(微誠)을 통촉하시고 신의 희망을 굽어 좇으시어, 신의 보여드릴 수 없는 속마음 살피시고, 신의 그루터기를 지키는[守株] 어리석음을 불쌍히 여기시어, 지존(至尊)의 위엄을 누르시고 필부(匹夫)의 뜻을 이루게 하시어, () 나라 들[]의 새[]로 하여금 눈이 아찔한 슬픔이 없게 하시고, 호량(濠梁)의 물고기로 하여금 조용한 즐거움을 가지게 하여 주소서.

 

 

1) 행장(行藏): ()은 나가서 벼슬하는 것이요, ()은 은거(隱居)하는 것이다.

2) 위자모(魏子牟): 춘추 시대에 공자모(公子牟), “몸은 강해(江海)에 있어도 마음은 위궐(魏闕)의 밑에 있다.” 하였는데, 위궐은 임금의 있는 궁궐이다.

3) 호계(虎溪): () 나라 고승(高僧) 혜원(慧遠)이 여산(盧山)에 있으면서 객을 전송하되 호계(虎溪)를 넘지 않았다 한다.

臣某言今月某日中使某官某到山奉傳聖旨慰令赴京闕兼賜香藥者臣聞唐虞之代高舜之有廊廟之材稷契立匡君之盛事有巖林之操巢由爲遁世之遺民雖同遇聖明之時而全殊隱顯之迹古旣若此今亦如然宗尙不同行藏且異臣某誠惶誠懼頓首頓首伏念臣才惟淺拙器本迂踈自幼怠於業文及長近於愚蔽謬中高第有意於忠國孝家夙患沉痾固無心於陳力就列誠不能而知止非不爲而偸安故匿迹於市朝埋名於林壑木食澗飮切慕道於前脩紫綬金章不求榮於此世一從退隱多積歲時比魏子牟之戀心敢忘鳳闕慕釋慧遠之高迹不過虎溪勉旃閑居聊以無悶伏遇聖上陛下恭承大寶愼守丕妙簡帝心闡一人之慶誕敷文德同三代之風視萬民以如傷錄片善以無弃近者特遣中使入小山降以沉乳之香賜以雲龍之苑宣諭欵密是感切於一心禪誦精勤每祝延於萬壽今又續降絲綸之旨更加香藥之頒勞慰恩深冞增感愧招徵命重難决依違雖山海不厭高深示有包容之賜而塵露實微培滴慙無補益之能况臣久養病骸不閑世事老未遂孟子不動之志遊未入莊生無何之鄕尙乏獨善之名豈有兼濟之用自量孤分甘受幽棲伏望聖上陛下鑒炤微誠曲從所察臣匪石之懇憫臣守株之愚抑至尊之威匹夫之志使魯郊之鳥無眩視之悲俾濠梁之魚有從容之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