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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현(李資玄), 「제 이 표(第二表)」, 『동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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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현(李資玄), 제 이 표(第二表), 동문선

신 모는 아립니다금월 모일에 모관(某官) 모가 전하는 성지(聖旨)를 받으니, 신을 위유(慰諭)하여 남경(南京)에 와 조현(朝見)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폐하께서 돌보심이 특이(特異)하사 바야흐로 온몸에 사무치는 은혜가 깊사오나, 사의(私義)에 미안하여 다만 마음속에 송구한 생각만 쌓일 뿐입니다. 사정이 급박하매 마땅히 상진(上陳)하여야 하겠기로, 신 모는 진실로 황공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머리를 조아립니다신이 듣건대, 새가 즐기는 곳은 무성한 수풀이 있고, 고기가 즐기는 곳은 깊은 물이라고 합니다. 고기가 물을 사랑한다고 하여 새를 깊은 연못에 옮기지 못할 것이요, 새가 수풀을 사랑한다고 하여 고기를 깊은 숲에 옮기지 못할 것입니다. 새로써 새를 길러 수풀의 즐거움을 맘대로 하라고 맡겨두고, 고기를 보고 고기를 알아 강호(江湖)의 즐거움을 멋대로 하라고 내버려두어, 한 물건이라도 제 있을 곳을 잃지 않게 하고, 모든 생물로 하여금 각기 제 마땅함을 얻게 함이 곧 성제(聖帝)의 깊은 인()이요, 철왕(哲王)의 거룩한 혜택입니다신과 같은 자는 산야(山野)의 유민(遺民)이요, 초래(草萊)의 편선(片善)으로, 괴벽한 것을 찾고 괴상한 일만 행함 이 한갓 옛 성현의 기롱을 받을 만하고, 몸을 깨끗이 하려다가 인륜(人倫)을 폐함 이 옛사람의 책망을 면하지 못하는 터이며, []처럼 한 곳에 매어 있는 무용한 몸, 가죽나무[]같이 쓸모없는 비재(非才)로서, 사람들의 편안히 여기는 바를 편안히 여기지 않고 제 편안함을 편안히 여기며, 사람들의 즐거움을 즐거이 여기지 않고, 제 즐거움을 즐거워하여, 마치 하백(河伯)이 가을물을 찬미하고, 숲의 뀡이 둥우리를 원함이 없듯이 오직 한 쪽만을 지키고 도무지 딴소원이 없는데, 뜻밖에 성상(聖上) 폐하께서 환한 햇빛으로 그윽한 골짜기를 비추시고 윤음(綸音)을 깊은 수풀에 내리시어, 두 번이나 불러 특별히 타이르시니, 사람이 작고 도()가 엷은 터에 헛되이 성언(聖言)을 욕되게 하고, ()이 중하고 은혜가 깊음이 진실로 저의 분수가 아닌지라, 두 번 진퇴를 생각하여도 행장(行藏)을 결단하기 어렵습니다신이 그윽이 생각하건대,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것이 왕토(王土) 아닌 데가 없고, 곡식을 먹고 물을 마심이 모두 임금님의 은혜이니, 조정에 숨거나 암혈(岩穴)에 살거나 다 함께 만세를 부르고 화봉축(華封祝)1)을 드림은 마찬가지입니다. 신이 노쇠함에 핍박되고 옛 병이 서로 겹쳐, 안으로 정신이 혼미하고 밖으로 기력이 쇠약하였으니, ()이 목석(木石)이 아닌지라, 비록 영행(榮幸)의 때를 만난 것이 감격되나 천성이 임천(林泉)을 사랑하여 실로 번잡한 곳에 들어가기를 두려워하니, 엎드려 바라건대, 성상폐하께서는 천지와 같으신 넓은 도량으로 일월의 광명을 돌리시어, 이 간절한 정성을 통촉해 주시고 평소의 욕망대로 하도록 해 주소서. 그리 하면 오롯한 한 마음으로 대궐을 그려 만수무강을 축원하겠으며, 그림자가 산을 나가지 않아 맹세코 일생의 뜻을 마치려 합니다.

 

 

1) 화봉축(華封祝): 화봉인(華封人)이 요() 임금에게, “오래 살고 부()하고 아들 많으라.” 축원하였다.

臣某言今月某日某官某奉傳聖旨慰諭令赴南京朝見者宸睠特異方深頂踵之恩私義未安積淵冰之懼情有所迫理當上陳臣某誠惶誠恐頓首頓首臣聞鳥樂在於深林魚樂在於深水可以魚之愛水徙鳥於深淵不可以鳥之愛林魚於深藪以鳥養鳥任之於林藪之娛觀魚知魚縱之於江湖之樂使一物不失其所群情各得其斯盖聖帝之深仁哲王之盛澤也如臣者山野遺民草萊片善索隱行怪徒爲古典之譏潔身廢未免昔人之責瓟繫無用樗散非才不安人安自安其安不適人適自適其適河伯有秋水之美澤雉無樊籠之蘄但守一方都忘餘願豈爲聖上陛下皇明燭於幽谷天旨降於中林再示招徵加誨諭人微道薄虛辱聖言命重恩深誠非己分再思進退難决行藏臣竊謂戴圓履方莫非王土食粟飮水莫非王恩無論朝隱巖棲咸共崇呼華臣衰年所逼舊疾相仍精神耗中氣力憊外非木石雖感逢榮幸之秋性愛林泉實畏入喧煩之地伏望聖上陛下廓乾坤之度迴日月之光炤懇誠允從素欲如此則心專戀闕祝延萬壽之影不出山誓畢一生之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