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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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산행일기(汕行日記)」, 『다산시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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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산행일기(汕行日記)」, 『다산시문집』

 

나는 양이(兩李)와 함께 10리 거리에 있는 수운담(水雲潭)을 지난 다음 5리를 더 가서 보통점(普通店)에 이르렀는데, 학연(學淵)과 윤유청(尹唯靑)이 도정(陶井)으로부터 와서 만났다. 서북쪽의 여러 산세를 바라보니 울창하게 두루 얽혀 있고, 그 푸른 아지랑이 산 그림자에다가 향풍을 일으키는 옷자락은 표표히 진세(塵世)를 벗어난 기분이었다. 강을 낀 등로(磴路)를 보통천(普通遷)이라 부르는데 그리 험하지는 않았다. 10리를 가서 문암서원(文巖書院)에 이르러 유숙하였는데, 서원은 깊은 산중에 있어 평생에 서울 양반을 보지 못하는 터라 자못 분주히 접대하며 존경하는 기색이 있었다. 두 재실에 불을 넣어 온돌이 몹시 따스하였다.

퇴계(退溪) 이 선생(李先生)을 주벽으로 모셨는데, 선생의 외가가 춘천에 있어 어렸을 때 노닐던 유적이 있어서다. 좌측에는 지퇴당(知退堂) 이공(李公)(휘는 정형(廷馨)이다)을 배향하였으니 만년에 춘천에 퇴거(退居)하였기 때문이요, 우측에는 용주(龍洲) 조공(趙公) () 을 배향하였으니 명환(名宦)으로 문화의 유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튿날 아침에 연()이 경지(景祉)유청(唯靑)과 함께 예알(禮謁)하였다.

문암서원(文巖書院)에서 자면서 지은 시는 다음과 같다.

 

 

嶽麓藏修地 깊은 산속 공부하는 곳

滄江繞案回 푸른 강물이 앞을 돌아 흐르네

齋堪書共讀 재실은 함께 공부할 만한데

儒以酒頻來 선비들은 술 때문에 자주 찾아오네

碧草深堦石 풀은 우거져 돌층계를 덮었고

紅欞隱竈灰 붉은 창문은 잿빛 부뚜막에 은은하네

何由作山長 무슨 연유로 산중 스승이 되었는고

遯跡育英才 은둔하여 영재를 기르기 위해서네

余與兩李 偕行十里 過水雲潭 行五里至普通店 學淵及尹唯靑自陶井來會 望見西北諸山 蒼鬱蟠糾 靑嵐翠靄 已裛衫袖 飄飄然有出塵之想矣 沿江磴路 號曰普通遷 不甚崎險 行十里至文巖書院止宿 院在深山之中 平生不見京華都雅 頗有騃奔欣敬之色 兩齋燃柴 炕席極溫 退溪李先生主壁 以外家在春川 少時游息有跡也 左配知退堂李公 諱廷馨以晚年退居春川也 右配龍洲趙絅公 以名宦有文化遺跡也 明日 淵與景祉唯靑禮謁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