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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암집(毅菴集), 소의신편(昭義新編)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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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암집』권36, 운현의 맹약[雲峴盟質]중에서

오늘날은 마땅히 죽을 마음을 무릅쓰고 죽을힘을 다해야 합니다. 죽을 마음을 무릅쓰고 죽을힘을 다하면 우리나라를 회복할 수 있고 우리나라를 회복하면 중화를 순리(順理)대로 좇을 수 있습니다. 중화를 순리대로 좇는다면 건곤(乾坤)을 정돈할 수 있습니다. 죽을 마음을 무릅썼는데도 일분(一分)의 남은 땅만 있고 죽을힘을 다하였는데도 일분의 남은 땅만 있다면 회복을 바랄 수 없습니다. 오늘날에 장차 맹세컨대 여러 노소사우(老少士友)들에게 죽을 마음을 무릅쓰고 죽을힘을 다하려고 합니다. 제가 노소사우들에게 원하는 한 말씀 드린다면 진실한 마음을 믿고 실력(實力)을 펼치시기 바랍니다. 황송스럽게도 눈물로 소망합니다.

今日當辦死心盡死力 辦死心盡死力 可以恢復本邦 恢復本邦 可以經紀中華 經紀中華 可以整頓乾坤 辦死心而有一分餘地 盡死力而有一分餘地 則無復可望 今日將質辦死心盡死力於諸老少士友 吾老少士友願下一言 而許實心而施實力也 千萬泣望

 

 『의암집』45, 팔도열읍(八道列邑)에 고하는 격문(檄文)중에서

우리 각도(各道) 충의의 군사들은 모두 조선이 배양한 사람들이니, 환란을 피해 달아남은 죽기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망하기를 기다리는 것과 일어나 공격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낫겠습니까? 비록 가장 어려운 지경에 처하였어도 사람이 백 배의 힘을 더하여 원수와 같이는 한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으니 와신상담의 생각을 더욱 간절히 한다면, 이와 같이 어렵고 위태로운 때에도 어육(魚肉)의 화()는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凡我諸路忠義之人 均是 聖朝培養之物 避患有甚於死者 待亡其孰如伐之 地雖當萬分之頭 人可增百倍之氣 天不共戴 尤切薪膽之思 時何等危 難免魚肉之禍

 

​ 『의암집』​권45, 격문초중에서

대개 우리 동포는 일체 충의(忠義)한 마음을 보존하고 죽음을 무릅쓰는 마음으로 힘써라. 시기하고 샘내어 일을 어그러뜨리지 말고 관망하여 일을 어그러뜨리지 말라. 재물을 탐내어 일을 어그러뜨리지 말고 스스로 존대하여 윗사람을 기쁘게 하고 아랫사람을 수치스럽게 여겨 일을 어그러뜨리지 말라. 지극히 공정하게 하고 정성을 다하며 마음을 함께하고 힘을 함께하여 국가의 공적인 대사(大事)와 자신의 사적인 일을 구제하기를 기약하라.

凡我同胞一切存忠義心 辦死生心 無或猜捱而敗事 無或觀望而敗事 無或貪財而敗事 無或自尊自大 喜上人恥下人而敗事 至公血誠 同心同力 期濟有國有身公私大事

 

 『의암집』​51, 우주문답중에서

나라를 다스림에 큰일이 일곱 있으니, ((((((()이 그것이다. 예로부터 나라치고 이것을 힘쓰지 않고 나라가 된 것은 없으니, 지금 이것에 힘쓰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서도 이 일곱 가지에 힘쓰지 않으면 쇠해서 부진하였으나, 하물며 오늘날 중국이 부진하고 쇠하여 거의 망함에 이른 때에 있어서겠는가?

爲國有所大務七 曰道德學政刑文武 自古有國 未有不務此而能爲國者也 今不可以不務 蓋在中國 不務此七者 衰而不振 况於今日中國不振衰 則必及亡之時乎

 

 『의암집』​51, 우주문답중에서

마땅히 우리 자신의 명분을 찾아서 이익을 두터이 하고, 저들의 하찮은 것도 덜거나 더하여 취하는 것, 이것이 시세에 알맞은 일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장점을 모두 버리고 다 서양법의 이상한 것들을 따른다면, 이것이 비록 때에 마땅한 것을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실은 때의 마땅함을 잃어버림이 심해져서, 이른바 겨울에 가죽옷을 입고 여름에 갈포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겨울에 갈포 옷을 입고 여름에 가죽옷을 입는 것처럼 된다.

宜我益敦所因 斟酌有取於彼 爲微末之損益 此時宜之所在也 若全棄我爲國之所好 而悉從西法之異者 其雖曰從時宜 而實失時宜之甚矣 非所謂冬裘而夏葛 卽其如冬葛而夏裘也

 

 『의암집』​51, 우주문답중에서

물질이 더욱 발전하면 부자는 그 이로움을 얻어 더욱 부자가 될 것이나 가난한 자들은 그 피해를 입어 더욱 가난해질 것이다. 그러니 어찌 백성에게 이익이 되겠는가? 오직 부호들에게만 좋은 것이다. 그래서 가난한 자는 더욱 곤궁해지고 부자만 더욱 즐거워할 것이니, 부자와 가난한 자들 사이에 어찌 화목이 이루어지겠는가? 균등하여 가난한 자가 없는 화목이야말로 중국이 추구하는 도이다.

物質愈精 而富者愈得利而益富 貧者愈受害而益貧 豈利生民哉 只爲富豪者樂也 夫其貧者困 富者樂 其間豈有和哉 蓋均無貧而和者 中國之道也

 

 『의암집』​51, 우주문답중에서

옛 도는 우리 인간의 본성에서 얻은 것인 까닭에 본바탕에서 나온 것이어서, 실행하기 쉽고 국가도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서양의 법도는 인간의 본성에서 나온 것이 아닌 까닭에 만들기에 따라 다르니, 실행한다 해도 꼭 결실을 얻을 수 없고, 나라를 보존할 수도 없다. 그러니 결실을 얻든지 못 얻든지 옛 도를 실행해야 할뿐이다.

古道得於所性 由之有素 行猶可得而國猶可存 西法出於非性 作之有異 行未必得而國未必存也 得不得 行古道而已矣

 

 『의암집』​51, 우주문답중에서

조선인은 서법을 병으로 여기되 특별히 국사(國事)를 경영함에 있어 취할 것만 취해야 한다. 취할만한 것은 기계(機械) 등 국사에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이다. 서법을 쓰는 나라와 사람들이 비록 우리를 병들게 했더라도 일본과 같이 서로 원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 그들의 일과 기계로 인하여 도움이 된다 해도 서로 돕는 일이 거듭 나라를 병들게 해서도 안 된다. 우리 윤상예의(倫常禮義)의 구법을 더욱 돈독히 하고 우리의 원기를 회복하여 끝내 병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爲朝鮮人者病西法 而特其爲經營國事 取其可取 可取者如器械等物 有助爲國事者也 至於其國其人 雖其出病我之法者 非有相讎如日本也 或因事機而爲得相助 然亦使相助無重 爲病於國 其如斯而已 所實務者 益敦我倫常禮義之舊 復我元氣 至終無病也

 

 『의암집』​51, 우주문답중에서

성현의 요법(要法)이 있으니 중화를 높이고 이적을 물리침은 천지의 떳떳한 법도를 다하는 것이다. 서로 전수하고 또 남명(南明)의 세 황제를 받들어 정통으로 하고 영력(永曆) 연호를 썼다. 이에 중국이 망한 후에 사천년의 화하일맥(華夏一脈)이 조선에 있게 되고, 이천년 공맹의 남긴 법도가 조선에 있지 않음이 없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소중화의 실상이 확연하다는 것이다.

有聖贒之要法 尊中華攘夷狄 窮天地之常經 爲相傳授 又崇 南明三皇以正統 用 永曆年號矣 爰自中國陸沉以後 四千年華夏一脉 未嘗不寄寓在朝鮮 二千年魯鄒遺緖 未嘗不寄寓在朝鮮矣 此其小中華之實有的然也

 

2. ()를 걱정하다

 『의암집』​4, 서쪽으로 갈 때 정선(旌善)에서 올린 소중에서

아아! 슬픕니다. 어찌 차마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동방은 기자(箕子) 성인의 옛 강토입니다. 신라, 고려 이전은 문헌으로 증명할 수 없으나 우리 조선조(朝鮮朝)에 들어와서는 열성들이 일변지도(一變至道)를 계승하여 위로는 정치와 교화에 밝음이 있고 아래로는 풍속의 아름다움과 도학의 바름과 절의의 높음이 있어 그 순수함이 삼대(三代)에까지 미쳐 한당(漢唐)도 이보다 낫다 할 수 없었습니다. 중화의 문물이 상하여 없어진 후로는 이른바 주례(周禮)가 노()나라 땅에 있듯 사천년의 복희(伏羲), 신농(神農)의 왕정과 이천년 공맹(孔孟)의 도맥이 우리 동방 일국에 의탁하게 되어 나무에 큰 과일이 하나 남아 있는 듯, 넘어진 나무에 움이 돋아난 듯 하니 선왕께서 그것을 전한 까닭이 이와 같고 그 중히 여겨 보존함이 이와 같았으니, 우리 전하께서 이미 그 명을 이어받았음에 마땅히 무한히 아름답고 선량한 마음으로 하늘과 조종의 큰 기대에 보답하셔야 하온데 도리어 오늘의 화를 초래하였습니다. 이것은 바로 신이 아뢴 간신들의 기만과 난적들의 파괴 때문이오니, 어찌 통곡하지 않고 속을 썩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嗚呼痛矣 尙忍言哉 我東箕聖古疆也 羅麗以降 文獻無徵 入我 朝 列聖相承 一變至道 上有治敎之明 下有風俗之美 道學之正 節義之高 粹然出於三代之上 而漢唐不足與侔 越自中華文物之淪喪 正所謂周禮在魯 而四千年羲農王政 二千年孔孟道脉 寄寓於吾東一邦 有如碩果之不食 顚木之㽕櫱 先王所以傳之者如此其重 而保之者如此其艱 我 殿下旣嗣服厥命 宜其無疆休恤 用答惟天惟 祖宗付托之大 而反致今日之禍者 卽臣所謂權奸之蔽亂賊之壞而已 寧不痛哭腐心也哉

 

 『의암집』​5, 중암(重菴) 선생께 올리는 편지중에서

아아! 나라가 오랑캐의 나라로 되고 사람이 금수로 되니 어찌 슬프고 애석하지 않으며 또 이보다 한심한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른바 요순이며 공맹의 도()는 장차 어디에서 보존되겠습니까? 이는 오늘 독서하는 사람들의 계략이 어떠한가에 달려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도덕이 있어 사람들이 우러러 존경하는 사람들이 요긴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삼가 주의하는 가운데에 사실 천명(天命), 음양(陰陽), 알선(斡旋), 소장(消長)이 달렸습니다. 때문에 지금의 여러 학자들로서 누구도 천지를 위해 마음을 세우고 성인의 끊어진 가르침을 이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학자들이 문하와 저의 종숙부에게 희망을 걸고 있으며 다 그에 의지하여 두려운 마음이 없어합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문하에서 이 일을 어떻게 자처해야 할 것인가를 알고 있을 겁니다.

嗚呼 國爲夷狄 人爲禽獸 豈不可傷可惜 又有甚焉者 所謂堯舜孔孟之道 且將何處保存 此在今日讀書之人爲計如何 而其中有道德 爲人所宗仰者 其操心緊歇之間 實天命陰陽斡旋消長之幾係焉 是以今日諸子 莫不以爲天地立心 爲往聖繼絶學者 有望於門下及鄙之從叔父 而皆有恃而不恐之心 伏想門下於此知所以自處矣

 

 『의암집』​5, 종숙부 성재(省齋) 선생께 올리는 편지중에서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통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해귀(海鬼)들의 훼방이 저번에 왔을 때보다 더욱 심하다니 장래에는 못하는 짓이 없이 흉악해질 것입니다. 국인(國人)과 온 조정이 그래도 희희낙락하여 그것을 근심하지 않고 다만 그들의 뜻을 어길까보아 두려워하면서 국가의 존망은 말하지 않는데, 요순(堯舜)과 공맹(孔孟)의 도가 천지간에 다시 존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앞으로의 그 영향을 볼 수 없게 하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스스로 즐겨 제 몸을 가지고 금수가 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무어라 말할 것이 있습니까? 다만 독서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각자가 마음을 밝히고 자기가 배운 것을 존중하며 지킬 바를 굳게 지킬 것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도덕이 있고 뭇 사람들이 탄복하여 우러러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조심하여 급하게 할 것은 실로 이쪽을 강화하여 저쪽을 어렵게 하고 천명을 알선하는데 관계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오늘 여러 제자들은 두 문하에 희망을 걸고 있는바 그 심절(深切)함이 또 평소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장자(張子)가 말한 천지를 위해 입심(立心)한다는 것이 더욱 급급하다고 생각됩니다.

時事聞來 不勝痛惋 海鬼之作梗 尤甚於前者之來 將來凶怪罔狀 何所不至 國人擧朝 方且晏然不以爲慮 惟恐其意之或戾 國家之存亡 且置勿說 其欲使堯舜孔孟之道 不復保存於天地之間 將影響之不可見耶 嗚呼 寧有是理耶 彼方自以其身樂爲禽獸 不特恬不知愧而已 則尙復何說也 惟在讀書之人 各各明心 尊其所聞 固其所守 以爲之計 而其中有道德衆所服仰者 其操心纔緊處 實强此艱彼 斡旋天命之幾係焉 是以今日諸子所以倚望於兩門下者 其爲深切 又非尋常時之比 則張子所謂爲天地立心者 伏想益有以汲汲也

 

 『의암집』​8, 주여중(朱汝中) 용규(庸奎) 에게 답함 중에서

가지와 잎이 죽어도 뿌리와 줄기가 살수는 있으나 어찌 뿌리와 줄기가 상하고서 가지와 잎이 살 수 있습니까? 가령 산다 하더라도 근본이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나라가 이적(夷狄)의 나라로 되어 다시는 예의지국(禮儀之國)이 되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 슬픕니다. 복희씨(伏羲氏) 이래의 화하(華夏)의 정맥과 공자 이후의 존양(尊攘)의 대법(大法)이 동쪽 기자의 복장을 한 소중화(小中華)의 땅으로 옮겨왔습니다. 여러 성왕과 여러 현인들이 심고 가꾸어 곁가지로 잘 자라 아름답게 여길 만한 것들이 이로부터 꺾이고 부러지고 깎이어 땅에 묻히게 되었으니, 넓고 넓은 하늘 아래 땅이 검은 함정의 세계가 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변입니까?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른바 양기는 다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 어찌 거짓말이 아니겠습니까! 거짓말이 아니라면 또 무엇을 쫓아서 볼 것을 찾겠습니까? 다만 독서인의 마음에서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오늘 독서인은 그 책임이 더 중하고 그들의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枝葉亡而根本得存者 或有之矣 豈有根本傷而枝葉得免者乎 設令得免 根本已如此 則國之爲夷狄之國 而不復爲禮義之邦决矣 嗚呼慟矣 自伏羲以下華夏正脉 自孔子以後尊攘大法 移在於東方箕服小中華之地 列聖王羣先正扶植培擁 如傍枝之發達可好者 自此摧折剗埋 廣大底天底地面 渾爲黑陷界矣 此何變也 此何事耶 所謂陽無可盡者 豈非虛言乎 若謂非虛言 則又從何而覔見 顧不在讀書人方寸上判得耶 然則今日讀書人 其責益重而其事益艱矣

 

 『의암집』​9, () 지수(志洙) 에게 중에서

인석 등은 다만 나라가 더렵혀지고 도가 사라지는 것을 애통하게 여길 줄만 알아 분수를 헤아리지 않고 함께 망거(妄擧)했다가 이익은 없이 다만 실패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 나라에서 복수하여 중화를 보존하지 못하는 것을 슬프게 여겨 그것을 일신에 지키려고 함께 요동에 와서 경전을 끌어안고 비탄에 빠져 다만 선왕선정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만 생각할 뿐입니다. 또 예의의 정당한 나라가 사라져버려 볼 수 없게 된 것을 다시 깊이 애통해하여 이에 글을 써 사림에게 통고하는 일이 있게 되었습니다. 아주 주제 넘는 일이나 사실 고심혈성에서 나왔으니, 이것이 성사되면 나라의 일과 세상의 도에 이로운 바가 있고 천리와 인심도 어쩌면 밝혀지고 바로잡아 질 수 있는 묘()를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麟錫等只知 國汚道淪之爲慟 而不復量分 同有妄擧 無所利益 徒取禍敗 然慟莫復讎保華於一國 要將守之於其身 同客遼上 抱經悲慨 只思靖獻于 先王先正而已 且復深慟禮議正邦之實之泯沒無見 乃又有此通告士林事 雖極僭妄 實出苦血 蓋此有成則 國事世道當有所益 而天理人心或得見可明可正之妙矣

 

 『의암집』​9, () 세교(世敎)에게 중에서

인석 등은 용우(庸愚)하고 보잘 것 없으나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 복수하여 중화를 보존하는 것이어서 그만둘 수 없다고 여겨 거의하였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나라를 떠나 몸소 화하제도를 지키기를 기약하여 회복될 날이 있기를 기다렸습니다. 대체로 분수에 넘치고 망령되기는 하나 고심혈성만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만 만고의 화맥과 성서(聖緖)가 남아있어 도학이 빛나고 윤리 강상이 빛났었는데 갑자기 땅에 떨어져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을 다시 생각해보면 그 슬픔을 참을 수 없습니다. 이 통분 때문에 팔도의 유림에 통고하여 덕학, 명절, 사업, 충신, 효자, 열녀를 수집하고 선양하여 소중화 예의지국의 실질로 삼고자 했습니다. 대체로 이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천지가 그 때문에 흠집이 나게 되고 이 일이 성사되면 천지가 회복될 계기가 될 것이니 실로 그만둘 수 없습니다. 각 도에 성의가 있고 영향력이 있는 분이 활동하여 그 도를 얻게 되면 안으로부터 일을 구제하기를 주장할 수 있음을 유념해 주십시오.

麟錫等庸愚無似 秉彝所存 復讎保華謂不可已 有擧義 旋不成其志 因而出疆 期守華制於其身 以俟來復之有日 盖極僭妄而苦血則有之矣 然時復思我國之獨存萬古華脉聖緖 道學彬彬 倫綱爀爀 而忽焉墜地 茫無可見 則不耐其慟 又爲此通告八路儒林 以將裒輯闡揚德學名節事業忠孝烈 爲小中華禮義邦之實者 盖此事不成則天地爲之缺闕 事成則庶足爲天地來復之機括 誠亦不可已也 第念每道有誠意風力 動得其道內 可以主張濟事

 

 

 『의암집』​12, 이승지에게 」 중에서

()가 없어지고 나라가 뒤집어지니인류(人類)가 장차 짐승처럼 되거나 어육(魚肉)처럼 죽임을 당하여 세상이 뒤집어지고 막히게 될 것입니다중화(中華)의 도()를 보존하고 국권(國權)을 회복하며 인류(人類)를 살려 천지(天地)를 세우는 마음을 내는 것을 장차 누가 하겠습니까집사께서는 마땅히 그 책임을 사양해서는 안 될 것이고 저 또한 분수를 잊고서 그 휘하에 나아가고자 합니다그러나 둘 다 형세가 궁하고 나이도 많으니 어찌 자신이 한 것을 직접 보기를 바라겠습니까? 이를 장차 어찌하겠습니까어찌하겠습니까?

嗚呼 道亡矣國覆矣 人類將禽獸魚肉 而天地至翻覆閉塞矣 保華道復國權活人種而爲立天地心 孰將爲之 執事宜不得辭其責 而麟也願忘分而趍下風矣 然皆勢窮年迫 安望其身爲而親見也 是將如之何如之何哉

 

 『의암집』​13, 홍자상(洪子常순항(淳恒에게 답함」 중에서

스승과 제자는 사람의 커다란 윤리이니임금과 신하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와 같이 소중한 것입니다신하로서 임금을 공격하면 난신(亂臣)’이라고 하고자식으로서 부모를 공격하면 적자(賊子)’라고 합니다그렇다면 기일의 죄를 알 수 있을 것이고 용서할 수 없을 것입니다기일의 죄가 용서될 수 있다면 이는 천리(天理)가 없어진 것이요 사람의 마음이 망한 것이니만고(萬古이래의 강상(綱常)의 소중함과 예의(禮義)의 바름이 장차 마당을 쓸어버린 듯이 없어질 것입니다이는 누구나 죽여도 마땅하거늘저 기꺼이 그 무리가 되고 마음을 합해 일을 같이 하며 힘을 다 쏟는 자들은 또한 유독 무슨 마음입니까이것이 바로 양놈들과 함께 괴이한 것을 가져오고 천하 모든 나라와 다투어 그 무리가 되는 자들과 똑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고통스럽고 고통스럽습니다.

噫 師生人之大倫也 與君臣父子同其重也 以其臣而攻其君則曰亂臣也 以其子而攻其父則曰賊子也 然則基一之罪可知也 而不可恕也 基一之罪而可恕也 則是天理滅矣 人心亡矣 萬古以來綱常之重 禮義之正 其將掃地盡矣 是宜人人誅之 而彼甘爲其黨與 合心共事 不遺餘力者 亦獨何心哉 此無乃與洋醜聘恠而天下萬國爭爲黨助者 同一氣候耶 苦痛苦痛

 

 『의암집』17, 이경기(李敬器의신(宜愼에게」 중에서

인석이 처음에 자정(自靖)하지 않고 사우들의 권고에 따라 상복을 벗고 거의(擧義)한 것은 진실로 성인(聖人)의 도()와 화하(華夏)의 명맥(命脈)이 오늘 우리나라에서 끊어지려 하니 그 통박한 마음은 대체로 나라가 망하는 것과도 비길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비록 부모의 상사라도 역시 비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나라가 망하고 부모가 세상 뜨는 것은 그 절통함이 지극하다 하더라도 자고로 사람 모두에게 그것이 있어 면할 수 없는 일입니다다만 이 성인의 도와 화하의 명맥이 끊어지는 것만은 진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오늘 있게 되었습니다.

麟錫初不爲自靖 乃聽士友之勸 釋衰而擧事 誠以聖道華脉之絶於今日 我國其爲痛迫 盖非國亡之比 雖親喪亦不可比也 國亡親喪 痛迫當何極 而自古不免人皆有之 惟此聖道華脉之絶 誠不可有而今乃有之

 

 『의암집』35, 요동에 다시 들어와서 의체를 약정하다[再入遼東約定義諦]」 중에서

유구한 화하(華夏)의 일맥이 떨어져 다한 나머지에도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그 전형을 반드시 보존하여 후세에라도 다시 회복될 날을 기다리는 것이 진실로 저의 마음입니다비록 하루를 더하더라도 그만두는 것보다는 낫습니다이것을 굳게 지킬 심법(心法)으로 삼으며저는 지난날 우암이 전해준 애통함을 참으며 원통함을 머금었으니절박하여 그만둘 수 없다(忍痛含寃 迫不得已)”는 여덟 글자의 뜻에 붙입니다.

萬古華夏一脉墜盡之餘 千辛萬苦 準保其典型 以待來復 固其心也 雖加一日 愈於已 以此爲固守心法 竊附昔日尤門傳授忍痛含寃迫不得已八字之意也

 

 『의암집』​권35, 을미년 훼복시에 남긴 말[乙未毁服時立言]」 중에서

너무나 슬픕니다사천년 화하(華夏)의 정맥과 이천년 공()()의 대도(大道)와 본조(本朝)의 오백년 예악(禮樂)의 전형(典型)과 집집마다 수십 세대 관상(冠裳)의 법도가 지금 끊어지게 되었습니다독서하는 선비 된 자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좋겠습니까선비가 지켜야 할 것 선왕의 도()를 지키는 것입니다선왕의 법복(法服)이 아니거든 그것을 입지 않으며 선왕의 법언(法言)이 아니거든 그것을 말하지 않으며선왕의 법행(法行)이 아니거든 그것을 행하지 않아야 합니다지금 선왕의 법복이 바뀌었으니이는 그 지킴을 잃는 것입니다그 지킴을 잃었으니어찌 선비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이는 천지에 죄를 짓는 것이며성현에게 죄를 짓는 것이며선왕에게 죄를 짓는 것이며조상에게 죄를 짓는 것이니산들 장차 무엇을 하겠습니까장수는 진군(進軍북소리에 죽고 말몰이꾼은 고삐를 잡고 죽듯이선왕의 도()를 지키다 죽는 것은 선비의 의()입니다사람은 죽지 않을 수 없으니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영광스러움이 있습니다오늘날의 일에는 죽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嗚呼慟矣 四千年華夏正脉 二千年孔孟大道 本朝五百年禮樂典型 家家數十世冠裳法度 今焉絶矣 讀書爲士者 如何處之爲可耶 士之所守 守先王之道也 非先王之法服 不之服 非先王之法言 不之言 非先王之法行 不之行也 今變先王之法服 是失其守也 失其守則烏足爲士乎 是得罪天地 得罪聖賢 得罪先王 得罪父祖 生將何爲乎 將死於鼓 御死於轡 守先王之道而死 士之義也 人無有不死 死有榮於生者 今日之事 有死而已

 

 『의암집』36, 의로운 일에 대처하는 세 가지가 있다[處義有三]」 중에서

의에 처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첫째는 나라에 화맥(華脈)을 보존하는 것이오둘째는 자신이 화맥을 지키는 것이오셋째는 자신이 화맥을 위해 순절하는 것이다대개 나라를 회복한 연후에야 화맥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나 비록 나라를 회복했다고 하더라도 화맥을 보존할 수 없는 데에 이르면 지키거나 순절만이 있을 뿐이다화맥을 보존하는 일은 마땅히 온 나라 사람들과 더불어 이를 함께 해야 할 것이오화맥을 지키는 일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이를 함께 할 것이나 화맥을 위해 순절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뜻이 있는 자는 이를 따르기 바란다.

處義有三 一曰保華於國 二曰守華於身 三曰以身殉於華 盖復國然後可以保華 雖復國 至不保華有守與殉耳 保華當與一國人共之 守華願與同志人共之 殉華不得責之於人 有意者從之

 

 『의암집』37, 추운 날 등불 아래에서 생각나는 대로 쓰다」 중에서

큰 일을 정할 때는 그 어려움을 계산하지 않아야 하고 행동을 할 때는 그 위태로움을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어려운 다음에야 평온해지고 위태로운 다음에야 안정된다한번 처음에 기틀을 바로잡으면 만년(萬年동안 용마루[]가 융성한다중화를 높이고 귀하게 여기는 것과 이적을 비루하고 비천하게 여기는 것은 『춘추』의 정의이고 천지의 정해진 법칙이다태공(太公)이 단서(丹書)로서 무왕(武王)에게 고하여 말하기를, ‘공경하는 마음이 게으른 마음을 이기는 자는 길하고게으른 마음이 공경하는 마음을 이기는 자는 망하며의로운 마음이 욕심을 이기는 자는 순조롭고욕심이 의로운 마음을 이기는 자는 흉한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은 만세에 제왕이 천하를 다스리는 중요한 도()이다천하를 다스리는 신묘함은 마치 어지러운 것을 다스리는 것처럼 하는 것이 낫고천하를 안정시키는 방법은 마치 위태로운 것을 편안하게 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 낫다.

定大事 不計其難 處當行 不顧其危 難然後平 危然後安 一初正基 萬年隆棟 中華以爲尊爲貴 夷狄以爲卑爲賤 春秋正義 天地定經 太公以丹書告武王曰 敬勝怠者吉 怠勝敬者滅 義勝欲者從 欲勝義者凶 此萬世帝王治天下之要道 治天下之竗 莫如治若有亂 安天下之術 莫如安若有危

 

 『의암집』37, 경성과 팔도 각읍의 사림에게 통고하는 글」 중에서

아아비통합니다이에 인류의 무리된 자로 앞으로 어찌해야 하겠습니까아아비통합니다차마 말로 할 수 없습니다이에 하늘과 인류가 함께 분노하고 온 나라가 한결같은 목소리로 거의를 외쳐야 합니다인석 등이 또한 역량과 분수를 헤아리지 않고 동남(東南)에서 거의하여 적과 오랑캐를 토벌하여 원수를 갚고 화하(華夏)를 보존하고자 하였습니다그러나 세력에 강약이 있어 우리의 뜻하던 바를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마치 홍수·열화(烈火)에 하늘과 땅이 모두 휩쓸리고 불타는 형세 같았습니다휩쓸리고 불타오르는 형세에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끝까지 우리 예의의 나라가 남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嗚呼慟矣 爲斯人之徒者 其將奈何 嗚呼慟矣 不忍言也 於是天人俱怒 一國齊聲擧義 麟錫等亦不量分力 有事於東南 以之討賊伐夷復讎保華 竟因勢有强弱 不克伸吾所志 而洪水烈火滔天燔穹之勢 任他漲熾 莫可奈何 嗚呼 其終不有我禮義之邦耶

 

 『의암집』45, 내외백관(內外百官)에게 고하는 격문」 중에서

우리는 초야의 하찮은 한 사람에 불과합니다분수와 의리는 비록 녹()을 먹으며 고관대작의 자리에 있는 자와는 큰 차이가 있으나평소에 춘추대의를 들었으면 진실로 상하귀천(上下貴賤없이 높은 자나 낮은 자나 하늘이 부여한 것은 같은 것입니다군부에게 원수가 있다면 원수를 갚지 않을 수 없으며화하와 오랑캐의 분별이 없다면 바로 잡지 않을 수 없습니다선왕의 법복(法服)은 보존하지 않을 수 없고부모께서 남겨준 몸을 온전하게 하지 않을 수 없으며종묘사직이 전복되었으니 회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생령(生靈)이 악()에 빠져들고 있으니 건져주지 않을 수 없기에사생(死生)을 돌보지 않고 일의 형편도 헤아리지 않고혹은 맨손으로 떨치고 일어나며혹은 낚싯대에 깃발을 달고 일어나니 그 점에 있어서는 슬프다고 이를만하고그 형세에 있어서는 외롭다고 이를만합니다이에 제가 생각하는 포부를 내직(內職)에 있는 벼슬아치와 외군(外郡)에 있는 여러 집사에게 고하노니모든 사람들은 분명히 듣고 스스로 생각하기 바랍니다.

鄙等不過是草野一匹夫也 分義雖與食祿而在位者有間 然平日畧聞春秋大義 則是固無上下無貴賤 而天畀之所同然者也 君父有讎則不可不報 華夷無分則不可不正 先王法服 不可不保 父母遺軆 不可不全 宗社顚覆 不可不復 生靈陷溺 不可不濟 故不顧死生 不量事力 或奮梃而號 或揭竿而起 其情則可謂戚矣 其勢則可謂孤矣 玆敢以所懷 馳告于內僚及外郡百執事 請各明聽而自擇焉

 

 『의암집』45, 다시 백관에게 격문을 보내다」 중에서

이때에 중화를 높이고 오랑캐를 물리치는 것으로 『춘추』의 대의를 밝히는 것이 옳겠습니까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옳겠습니까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우리가 떳떳하게 지켜온 바른 성품을 어찌할 것이며인륜의 바른 이치를 어찌할 것이며군부(君父)에게 지은 죄는 어찌할 것이며선왕과 선조에게 지은 죄는 어찌할 것입니까천지에 지은 죄는 어찌할 것이며성현들에게 지은 죄는 어찌할 것이며또 천하가 침 뱉고 욕함에 어찌하며후세의 심한 책망을 어찌 하겠습니까비록 저 어리석은 만국의 오랑캐라 할지라도 장차 의론(議論)하려 할 것이며우리에게 원수인 왜적도 마음속으로 비웃으며, ‘이와 같이 하고도 너희들이 이른바 예의의 나라인가?’라고 할 것이니이래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有爲討復尊攘以明春秋之大義可乎 無爲焉可乎 無爲焉則其於吾秉彜之正性何 於倫常之正理何 其於得罪 君父何 得罪 先王先祖何 其於得罪天地何 得罪聖賢何 又於天下之唾罵何 後世之誅責何 雖彼蚩蚩萬國之夷者 將非議之不暇 而至彼仇我之倭奴 亦將心笑之曰若是乎爾所謂禮義之邦也 是亦可以無爲焉已乎

 

 『의암집』45, 다시 백관에게 격문을 보내다」 중에서

오늘의 원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첫째는 선왕(先王)이 성립한 지극히 아름다운 전형(典型)이 더럽혀지는 것입니다둘째는 나의 임금이 천하의 예의(禮義)를 갖춘 임금으로써 치욕을 당하는 것입니다셋째는 국모의 원수가 있습니다이것은 신하의 마음에 모두 애통 절박한 것이어서 경중(輕重)을 따질 수 없습니다지금 다만 국모의 원수만을 언급하면서 몇 명의 적이 죽임을 당한 것으로써 책임을 차단하려 하고임금과 선왕의 원수를 갚는 중요함은 다시 언급하지 않고 더렵혀지고 치욕을 당한 채로 방치해 두고 염려하지도 않으면서 도리어 당연한 듯 생각하니 슬픕니다이것이 차마 할 수 있는 것입니까?

今日之讎有三 一曰 先王成立極美之典型而見汚也 二曰吾 君之爲天下禮義之主而受辱也 三曰 國母之讎也 是於臣子之情 均是慟迫而無輕重也 今只言 母讎之爲讎 而以數賊之受誅 爲塞責而止 不復謂 君與 先王之讎之爲重 而因其汚辱而置之不以爲念 而反以爲當然者然 嗚呼是可忍也乎

 

 『의암집』45, 격문 초본」 중에서

지금 국가의 신민이 된 자가 어찌 천만 년 간 지속된 화하가 그치는 것을 옳다고 하겠습니까오백년간 지속된 종묘와 사직이 엎어지고 사십년간 섬긴 임금이 폐위되고 또한 위태합니다어찌 원수의 난적과 함께 머리를 두고 있음을 참을 수 있겠습니까수천만인이 백대동안 부조께서 전해주신 혈육이 몇 사람 남지 않게 되었으니 어찌 스스로 모의하지 않겠습니까?

噫 今爲國臣民者 如之何其可也 萬千年華夏已矣 五百年 宗社覆矣 四十年所事之 君父廢且危矣 何忍與讎夷亂賊 頭共戴天 加之數千萬人百代父祖所傳之血肉 靡遺孑遺 豈不自爲謀耶

 

 『소의신편』7, 팔왕동어록 이실곡이 기록하다」 중에서

선생이 말씀하였다. “천하에 크게 시비(是非)를 분별(分別)해야 할 것이 세 가지 있다첫째 화하와 오랑캐(華夷)의 분별이 있고둘째 왕도(王道)와 패도(覇道)의 분별이 있고셋째 정학(正學)과 이단(異端)의 분별이 있으니 군자와 소인을 분별함은 말하지 않겠다예로부터 성현이 화하와 오랑캐를 분별함에는 크게 일함이 있으셨다그래서 요순(堯舜)은 만이(蠻夷 오랑캐)가 중화를 어지럽게 함을 경계하였고()은 귀방(鬼方 먼 지방)을 쳤고 주()는 험윤(玁狁 오랑캐의 하나)을 쳤던 것이다공자(孔子)가 『춘추(春秋)』를 지어서 존화양이(尊華攘夷)의 큰 일을 하였고주자(朱子)가 남송(南宋)의 시대에 대의(大義)를 밝혔으며송자(宋子)가 북쪽 오랑캐의 침략에 대의를 세웠던 것이다지금 서양과 왜()의 재앙(災殃)에 우리 화서(華西)

중암(重菴)성재(省齋세 분의 선사(先師)가 그것을 물리치는 일에 힘을 기울였기에 세상이 위정척사(衛正斥邪)와 존화양이를 화문(華門)의 의리(義理)라 생각하니세 분 선사의 공이 조금 크다.

 

 『소의속편​』2, 도현 강주국이 기록한 선생의 말」 중에서

화화의 맥과 성인의 도가 망함에 애통하고 절박함이 도리어 부모를 잃은 것과 천하에 나라가 망한 아픔보다 심합니다부모를 잃은 것이 어찌 지극히 애통하지 않겠는가 마는 사람마다 면할 수 없는 것이요천하에 나라가 망함이 어찌 지극히 애통하지 않겠는가 마는 고금을 통하여 또한 면할 수 없는 것입니다오직 화하의 맥과 성인의 도는 천지에 뻗쳐있고 고금을 관통하여 망할 수 없는 것인데 망함이 있다면그 애통함을 어찌 비유할 수 있겠습니까그러므로 부모를 잃음에 자식이 따라 죽지 않고 나라가 망함에 신하 또한 죽지 않는 것입니다만약 중화의 맥과 성인의 도가 망하면 성인이 반드시 중화를 변화시켜 오랑캐를 따라서 살 수 없으므로 반드시 도를 따라 죽는 것입니다.

 

○『소의속편』권2, 내언 정항준이 기록한 선생의 말」 중에서

혹자가 머리털은 머리에 붙어있고옷은 몸에 붙어있는데 지금 머리는 도끼로 찍을 수 있을지언정 머리털은 자를 수 없고몸은 죽을 수 있을지언정 옷은 훼손시킬 수 없다라고 말하니 본말(本末)과 경중(輕重)을 잃은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선생이 요컨대 본말과 경중을 잃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와 같이 하는 것입니다사람에게는 도리(道理)와 형기(形氣)가 있으니 어찌하여 도리는 근본이고 형기는 말()이니 도리는 매우 중요하고 형기는 매우 가볍다라고 말하지 않습니까마치 상투와 법복(法服)은 옛 성인의 형상(形象)으로 이 도리는 만세에 전해져서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머리와 목이며 신체는 우리 사람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형기로서 백년이 지나면 반드시 무너지는 것입니다무엇이 근본이고 무엇이 중하며 무엇이 말()이며 무엇이 가벼운 것입니까?”라고 하셨습니다.

 

 

 

3. ()를 실천하다

1. 『의암집(毅菴集)』·『소의신편(昭義新編)』

○ 『의암집』권4, 서쪽으로 갈 때 정선(旌善)에서 올린 소」 중에서

또 보건대조정에서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여 이 환난을 얻었으니 주현의 퇴폐함을 다스려 보호해야 하는 데도 남의 일인 듯 앉아서 보고만 있으니누가 삼천 리 강토에서 오백년의 오랜 세월동안 사람을 길러 왔는데도 의사(義士한두 사람이 없어 이렇게 망극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단 말입니까이리하여 신은 곧 자기의 힘을 가늠하지 않고 간신과 난적을 사람마다 주살(誅殺)하라는 『춘추의 법과 후의 현인들이 먼저 손을 쓰고 후에 보고하라고 한 뜻을 본받아 원수를 갚고 형체를 보존하자는 기치를 추켜들고 상복을 벗어버리고 무기를 들고 갑옷을 입었으며유생들을 모아 대오를 확충하였습니다이것이 어찌 군사에 관한 일을 일찍이 들어본 적이 있어서이겠습니까?

且見朝著媕婀 俱是患得 而營護州縣頹靡 如非承望則坐視 孰謂三千里封疆之大 五百年培養之久 曾無一二人義士而至於此極耶 臣乃不自量力 敢效春秋亂臣賊子人人得誅之法 與夫後賢所論先發後聞之義 建復讎保形之旗 釋衰服而事金革 聚章甫以充行陣 是豈嘗有聞軍旅事哉

 

 『의암집』4, 서쪽으로 갈 때 정선(旌善)에서 올린 소」 중에서

신은 의병을 일으킨 이래 좌절을 당해 떠돌아다니며 거취가 일정하지 않았으나 자임한 것은 적지 않았습니다만 토벌하여 복수하는 것으로 말하면 우리 전하께서 미워하시는 자를 적으로 한 것이니하늘에 계시는 곤전(坤殿)의 영혼이 좀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동궁이 머리를 조아리던 심정을 좀 풀 수 있지 않겠습니까왕실을 높이고 오랑캐를 배척하는 일로 말한다면 우리 국가의 옛 제도를 쫓게 되면 험한 파도에 이미 넘어진 것도 아마 돌려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그리고 희미해져 가는 양기(陽氣)도 보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한스러운 것은 지모(智謀)가 짧은 것이고 무기가 예리하지 못한 것이며 비용이 넉넉하지 못한 것입니다이러하기 때문에 그 뜻은 꺾을 수 없지만 그 공은 쉽사리 이룩할 수 없었습니다장차 예기(銳氣)를 모아 분발하여 만분의 일이라도 부흥시키려는 마음뿐입니다.

臣自起兵以來 顚沛棲屑 然其自任 不甚淺尠 以言乎討復則將敵我 殿下之所愾 而 坤殿在天之靈 庶幾其慰歟 東宮叩地之情 庶幾其伸歟 以言乎尊攘則將率我 國家之舊章 而狂瀾旣倒者 庶幾其回歟 微陽垂剝者 庶幾其保歟 所可恨者 智謀之不長也 器械之不利也 財用之不贍也 夫如是也 故其志不可奪而其功未易就 期將蓄銳奮發 以望興復之萬一